[공유] 프로가 되는 길 - 에고이즘(ddinne) 블로그 주인의 시놉시스(synopsis)
'맛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기쁘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 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러자 희미하지만 해답 같은 것이 보였다.
이번에도 역시 나만 만족하는 해답인지는 모르지만.
'맛있다'는 요리, 즉 음식. 그러나 음식이 '맛있다'는 것만으로는
'맛이 있다'는 의미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 밖에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
나는 '맛있다'에는 최소한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요리' 그 자체, 또 하는 맛이 있어 보이는 '장소'.
마지막에는 맛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다.
...주인이 내놓는 국수 자체가 '맛이 있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음식점의 청소는 '깨끗하게'가 아니라
'맛이 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해야 옳다는 느낌이 든다.
즉, 요리사도 '맛을 낼 줄 아는 사람'이라는 분위기를 풍겨서
그 사람이 음식을 만들면 틀림없이 맛있는 음식이 나올 것이라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즉, '맛있는 음식을 만들 것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바로 프로가 되는 길이다.
프로가 되는 길.
요즘 나의 화두이다.
직업의식이 없는 우리나라의 참상은
지난 달 차디찬 바다 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더군다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서비스를 잘해줄 것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조너선 아이브 책에 의하면 그는 공예 기술만 훌륭했던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능력도 탁월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못하는 것을 할 줄 알았지요.
디자이너라면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금을 지원하는 사람이나 제품을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제작될 제품에 매료되도록, 그 실현 가능성을 신뢰하도록 만들 수 있어야 하죠.
조니는 그런 걸 할 줄 알았습니다."
제품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을 잘 알리는 것도 프로 디자이너의 중요한 자질인 것이다.
그동안 책을 만드는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해왔다.
직장생활 이제 겨우 7년차.
글을 읽고 고치고 쓰고 만지고 버리고
책의 디자인을 정하고 수정하고
책의 꼴을 만들고 홍보자료를 만들고 뿌리는 일을 반복했다.
아직 배워야 할 것 투성이고, 이렇다할 대표작도 없이 시간이 흐른 것 같다.
하지만 30대가 오기 전에 이루고 싶었던 일의 절반은 이루었다.
출근하는 아침이 더 이상 설레지 않다면 일을 관두겠다는 다짐도 조만간 실행으로 옮길 것이다.
서툰 솜씨로 만든 여러 요리들이 그럴듯한 맛을 내는 걸 보면
이제 세상은 모두가 요리사요 가수요 디자이너요 비평가요 작가요 마케터이다.
문제는 '프로의식'이다. 아마추어 같으면 자본주의에서 자본을 끌어당길 수 없다.
손으로 만들고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지난 해부터 내 이름을 걸고 쓰는 글을 너무 못 썼다. '에고이즘'이란 익숙한 아이디도 멀어보인다.
이제 나의 블로그도 11년차가 지났으니,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이다.
연재물이나 찍어놓은 사진들, 스크랩해둔 인터뷰들을 정리하면 아주 흥미로운 포스팅이 될 것 같다.
'프로답게' 모두가 오래 머물고 싶고, 자주 오고 싶은 그런 공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싶다.
새롭게 변화될 '자기만의 방'이 궁금하다.
"모든 훌륭한 예술은 비밀 누설이다."
_테네시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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