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사랑 2015년 7월 128호 <한국인의 마음>

이번 호의 첫 시작은 아래와 같이 시작된다.
'자유분방(自由奔放)'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생각하고 시도하다. 격식과 도리를 중시하면서도 하나의 틀에 갇히기를 경계하고 새로운 생각과 과감한 변화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가졌던 우리 민족. 옛것의 본질을 지키며 새것의 가치를 창조했던 그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한 마음이 문화재를 통해 면면히 이어져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첫 시작의 절반은 수긍이 가고 절반은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다. 이성계의 조선이 개국되면서부터는 솔직히 '자유분방' 이라는 표현을 써도 괜찮은 건지 잘 모르겠다. 아무쪼록 첫 시작은 엄청나게 포장한 느낌이 든다.

특집 1 '자유분방'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생각하고 시도하다
최치원, 원효, 서경덕, 신채호 등 네 위인을 소재로 하여 김성우 철학저술가께서 우리나라 전통사상 속 자유분방과 의미를 현대에 맞게끔 글을 썼다. 가장 먼저 최치원의 풍류를 이야기하고 있다. 최치원의 그것은 방탕과는 구분되는 의미로서  '접화군생 接化群生'을 제시하고 있다.
한 사람의 자유로움은 모든 사람이 자유로울 때 진정으로 얻어진다. 이렇듯 정치 리더나 사회 리더가 뭇 생명과 만나 서로 신사는 스타일로 변모하는 것이 '접화군생' 의 진정한 뜻이며 풍류의 원리인 것이다.
다음은 김성우 님의 표현을 빌어 대자대비 大慈大悲한 무애행으로 민중의 성자가 되신 원효 대사를 이야기 한다. 원효 대사는 풍류도의 '접화군생'을 불교식으로 실천하여 왕실중심의 불교를 민중의 불교로 전환시켰다고 평하고 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원효대사는 "일찍이 분황사 芬皇寺에 살면서 『화엄경소 華嚴經疏』를 지었는데 제4권 『십회향품 十廻向品』에 이르러 마침내 절필을 한다." 라고 했다. 원래 회향廻向이란 말의 의미는 보살이 대비심大悲心으로 현재까지 쌓은 공덕 전부를 일체一切의 중생에게 돌려서 그들을 구제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러한 회향의 정신은 글로 간접적으로 밝히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직접적인 실천을 요구한다. 이 요구 앞에서 대사는 붓을 꺾은 후에 광대처럼 박을 하나 쓰고 방방곡곡을 누비며 춤추고 노래하는 삶을 살기 시작한다. 불경연구에서 중생구제로 삶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서경덕 선생은 어떻게 묘사하고 있을까?
엄격한 성리학이 지배하는 조선시대에서 화담 서경덕(徐敬德) 선생은 자유와 파격의 상징이 된다. 화담 선생은 유학자이지만 과거시험을 과감히 버리고 벼슬도 거부한 채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춤을 추는 처사處士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또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조선혁명선언(朝鮮革命宣言,1923)』 에서 단재 선생이 파괴의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이족통치, 특권계급, 경제약탈제도, 사회적 불평등, 노예 문화이다. 선생의 자유분방함은 한마디로 노예정신과 착취제도를 거부하는 정신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파괴는 결국 건설을 위한 것이다. "우리 생활에 불합리한 제도 일체를 개조하여 인류로서 인류를 압박치 못하며, 사회로서 사회를 수탈하지 못하는 이상적 조선을 건설할지니라."(해당 부분은 어법상, 문맥상 순화시키기 위해 직접 수정을 가하였습니다.)
 

특집 2 '자유분방'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생각하고 시도하다
 조정육 미술사가께서는 장승업 작가를 조선시대 기량 최고의 작가로 평가하고 있다. 아래는 그의 대표작 호취도 외 작품 3점이다.
01-1. 삼성리움박물관에 소장 중인 <호취도>
01-2. 동박물관에 소장 중인 <쌍치도>
01-3.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 중인 <유묘도>
01-4. 일본 유현재에 소장중인 <삼준도>
 장승업의 작품은 힘이 넘친다. 몇 번의 붓질 속에 가둬둘 수 없을 정도로 호방하다. 그러나 장승업의 장품을 보면서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할 사실이 있다. 가슴속 열정을 주체하지 못할 듯 한 붓놀림조차도 사실은 거듭된 연습과 철저한 준비 속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그 과정을 생략한 채 오직 타고난 재주만으로 아무렇게나 그의 기량을 뽑냈다고 평가하는 것은 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장승업은 하늘이 내린 천재다. 그러나 그의 위대성을 천재성에 있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재주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다 가는 반면 그는 자신의 재주를 스스로 아껴 그림으로 풀어낼 줄 알았다. 어느 누구의 간섭도 허용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판단으로 그림 세계를 열어간 장승업의 자세는 그래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를 생각하는 나약한 나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다.

특집 3 '자유분방'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생각하고 시도하다
 "개인이 개성을 발휘하며 사람답게 살 때에야 
창의성과 상상력이 극대화되어
인류를 위해 역설적으로 더욱 '생산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대한민국만의 쏠림 현상을 고승철 소설가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획일劃一' 이라는 말은 한 줄 그은 선을 뜻한다. 여기에서 벗어나면 불안해진다. 어릴 때부터 친구 따라 강남 가다보니 어른이 돼서도 취미생활이 비슷해진다. 등산 아니면 골프다. 골프를 배우지 않은 어느 기업인은 늘 주변 지인들에게서 "왜 골프를 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아 곤혹스럽다고 한다.
고승철 소설가가 이야하는 <개성 존중, 다양성 인정... 상상력의 원천> 그대로 볼 수있도록 가져왔다.
한국의 대학에서 1980년대 이후 경영대 규모가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다. 규모가 큰 사립대학교에서는 경영대 입학 정원만도 300명이나 된다. 고교 문과 졸업생 가운데 성적 상위권 학생들은 너도나도 경영대에 들어간다. 과거에 출세의 지름길인 판사, 검사 지망생들이 지원하던 명문대 법대가 문을 닫으면서(로스쿨이 생기면서 상당수 법학과가 사라졌음) 경영대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려졌다. 경영대 커리큘럼을 보면 기업경영과 관련한 다방면의 지식을 가르치지만 뭔가 뚜렷한 특징은 모조란다. 중국이 여러 분야에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과 한판 멋진 비즈니스를 벌이고 싶은 젊은이가 있다면 경영학과 보다는 중어중문학과에 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중국어, 중국문학 등 문화적 바탕을 튼튼히 한 다음 비즈니스를 배우는 게 훨씬 유용하리라. 인터넷 출현 이후에 외국어 학습 분야에서 영어가 다른 언어를 압도하고 있다. 대학에서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학과가 존재위기에 놓인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러나 역발상을 해보자. 이런 언어를 구사하면 활동영역이 더 넓어질 수 있다. 네덜란드어, 스웨덴어를 익혀두면 그곳 관련 업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루코, 라캉, 부르디외, 알튀세르, 데리다... 현대 철학의 대표적인 석학들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프랑스에서 활동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개인의 삶과 인간사회에 대해 새로운 사고의 틀을 만들었다. 고도의 정신적 산물인 철학을 프랑스인들이 주도한다는 사실을 살펴보면 프랑스가 여전히 문명, 문화의 원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개성을 존중하는 프랑스인의 의식구조 덕분일까.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프랑스에는 치즈와 와인 종류가 수백 종이나 돼 각자 취향에 따라 먹는다. 프랑스 학교 교육 사례를 소개하자면 유치원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에도 수십 가지 색깔로 마음대로 그리게 한다. 사물의 형체를 그리기보다는 다양한 색감을 익히는 게 더 중시된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 하는 평가도 없다. 개성 존중이 엿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이 멋대로 하게 방치하는 게 아니다. 보들레르, 발레리 등 거장 시인의 작품들을 암송해야 하고 알파벳과 숫자는 또박또박 쓰도록 엄격히 훈련 받는다.
문화재사랑 15쪽

춤을 기록하고 이론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옛 춤을 추지는 않는 비전문가인 분이 얼마나 제대로 옛 것을 표현하고 살려내고 있을까.
이찬주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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