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로 빚어낸 역사 이야기,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발해(渤海)의 역사와 백두산(白頭山) 화산 폭발이 서로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우리는 모두 한 번 이상은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낱 자연의 구성원일 뿐임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날씨, 이는 얼마나 위협적이고 변화무쌍한 존재일까? 개인적으로 추운 날씨를 극도로 싫어한다. 여태껏 폭설을 겪어본 적은 없는데도 말이다. 자연재해에도 무감각한 편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이, 뉴스를 통해 접하는 홍수, 태풍, 지진 등과 같은 소식이 잠시나마 우리들에게 자연의 무서움과 위력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잊고 나와 같이 무감각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은가. 자연재해와 관련해서 원인과 과정을 분석해서 보도해주는 뉴스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러한 뉴스에도 제대로 관심을 못 가져줄 만큼 바쁘다. 무엇 때문에 바쁜지는 모르겠지만.

개츠비의 독서일기네이버(NAVER) 블로그에서 진행되는 새로나온책 증정 이벤트로 얻은 도서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는 앞서 이야기한 날씨로 인해 발생한 내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저자 로날트 D. 게르슈테는 날씨라는 요소를 역사 속에 잘 버무려내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날씨보다는 역사를 읽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남는다. 특히, 이러한 느낌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역사적 메시지를 전해줌으로써, 오랫동안 우리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책 속의 내용을 빌리자면, ‘로마를 번영케 만든 날씨’, ‘마야 문명이 멸망한 진짜 이유이 두 가지 주제로 집약해서 앞서 언급한 중요한 역사적 메시지를 정리할 수 있다. ‘날씨라는 요소를 과장시킨 것은 맞다. 그렇지만, 만약 기원전 200년부터 기원후 300년 동안 있었던 로마제국의 기후최적기 Roman Climatic Optimum’9세기에 발생했던 기상이변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분명, 현재 우리가 역사로 배운 로마와는 다를 것이고 마야 문명이 어쩌면 다른 그 어떤 문명보다 더 선명하게 남아있어서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문명 중 하나로 바뀌었을 것이다.
추운 게 싫은 사람에게 빙하기가 도래하는 상상을 하면 어떨까? 물론 지금도 직접 체험은 가능하다. 특별한 도움과 준비 없이 남극과 북극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 말이다. 그런데 유럽이라는 대륙은 생각보다 빙하기와 접점이 많은 대륙이었다.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속에도 유럽과 관련된 빙하기를 읽을 수 있다. ‘중세에 찾아온 빙하기대목은 색다른 모습의 유럽 중세 역사를 보여준다. 멋들어진 중세 기사의 낭만적인 분위기로 유럽의 중세를 포장한 나는 이 책 속의 유럽의 중세 이야기로부터 더욱 강한 자극을 받았다.
허나, 진정으로 내게 자극을 주었던 것은 따로 있었다. 이는 바로 감사함이다. 지금 이 세상에서 내가 누리고 있는 풍요로움에 대한 감사함 말이다. 사실, 곰곰이 따져볼 필요도 없이 92년생인 필자와 같은 세대는 정말로 복 받은 세대다. 굶주림을 비교적 쉽게 면할 수 있다. 웬만하면 전쟁을 겪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물질적 풍요로움은 날씨가 우리를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세상에서만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속 내용을 조금 더 끄집어 내보면, ‘여름이 없던 해’ 1816년에 탄생한 작품 하나를 접할 수 있다. 현재 런던 테이트 모던에 소장중인 <치체스터 운하 Chichester canal>가 바로 그것이다. 대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풍경을 갑자기 나타나버린 기상이변 속에서 위와 같은 작품으로 만들어냈지 않았는가. 또 인간의 야만성 때문에 더 큰 고통을 겪는 프랑켄슈타인도 바로 이때 만들어졌지 않았던가.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포권례’와 ‘공수례’의 구별

[공유] 남자 헤어스타일 총정리, 남자들의 컷과 펌 종류의 모든 것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