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로 꾸려 나가는 중인 인생 이야기, <중국어 번역가로 산다는 것>

중국어로 꾸려 나가는 중인 인생 이야기

<중국어 번역가로 산다는 것> 앞 표지

이 책은 현존하는 가장 생생한 중국어로 쓰여 있습니다. 생생한 중국어? 바로 간체자(简体字)를 말합니다. 중국어 전문 교재에서나 간체자를 접할 수 있는 게 한국의 출판 현실인데 김소희 작가님의 신작 <중국어 번역가로 산다는 것>과 같은 책이 많아지면, 꼭 정자(正字)를 고집하는 현실이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중어중문학과의 사정은 모릅니다. 안동대 중문과에 4학년으로 재학중이기에, 적어도 이곳의 상황은 확실히 압니다. 1학년부터 현재 4학년 1학기까지 매 학기마다 중국에서는 번체자(繁体字)라고 불리는 한자와 중국 정부가 공인한 문자인 간체자 사이에서 방황을 해야만 합니다. 수업 중에는 간체자로 판서하는데 교재는 번체자로 되어 있고 과제와 답안지 작성은 번체자로 해야 하는 강의가 있는가 하면, 간체자 교재로 강의하면서 답안지 작성은 번체자로 해야 하는 과목도 있고, 교재든 강의든 답안지든 간체자로 적어야 하는 과목도 있습니다. 정작 중국에 가서 번체자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습니까. 저와 같은 중국어 초보자는 간체자와 번체자 사이에서 적지 않은 혼란을 겪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공부하면서 많이 어려웠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둘 중 하나라도 먼저 제대로 익혀야 하는데. 이런 걸 보면 선행학습은 필수인 거 같고. 그런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대학에 들어와서야 중국어도 한자도 공부하기 시작한 건데……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중국어 번역가로 산다는 것>은 적어도 저에게는 깊은 계곡 속 고여 있는 샘물과 같은 존재로 다가왔습니다. 왜일까요? 그건 갈증도 해소하고 달콤한 후식도 함께 맛볼 수 있어 허기도 채우고 입맛도 돌아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소희 번역가 프로필

책 속에는 솔직담백한 이야기가 잔뜩 펼쳐져 있습니다. 공감해야만 하는 부분도 있고 ‘번역가’ 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간접적 체험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느껴볼 수 있습니다. 공부하는 부분에 있어선 적지 않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이 또한 제게 적지 않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喜马拉雅FM’ 앱 같은 경우는 제가 능동적으로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하는 컨텐츠이기도 합니다. 거의 대부분이 겨우 몇 번 사용하고는 휴지통으로 보내버리는 걸 봤기에 ‘이거 별로 인가?’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다행히 차라님께서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니, 제 이러한 믿음을 끝까지 가지고 챙기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히말라야 앱 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용한 컨텐츠는 ‘十点读书’지만, 가장 많이 애용한 건 ‘有声书’에서 당대(当代) 소설을 검색해서 책을 ‘듣는’ 것입니다.

중국 영화 이야기도 무척 공감했습니다. 교환학생 시절 주변 유학생 친구들 대부분이 영화관에 같이 가서 영화 보자는 제안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거절하기 일쑤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중국인 친구들 틈에 끼여서 같이 가거나 혼자 가는 게 고작이었는데…… 대부분은 자막이 나와서 큰 어려움에 봉착하지 않았는데. 2016년 연초에 봤던 ‘功夫熊猫 3’ 같은 경우는 더빙만 되어 있고 자막은 없어서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초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영화를 봤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솔직담백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차라님 신작

차라님의 디자인과 번역이 돋보이는 사진
차라님이 직접 촬영한 사진도 책의 묘미와 진실성을 동시에 살립니다. 85~6쪽에서 이야기하는 ‘살아 있는 번역 교재, SNS’가 가장 묘하면서도 저자의 진심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궁무진한 중국어의 바다, 웨이보’ 캡션을 달고 있는 사진에서 형용할 수 없는 시원함이 느껴졌을 정도니까요. 또한 제 자신도 ‘웨이보微博’를 애용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중국어 원서를 읽으면서 적지 않게 느꼈던 것이 있습니다. 의외로 그림 자료, 특히 사진이 실려 있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책의 종류마다 다르겠지만요. 어쩌면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사진을 많이 싣는 경향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0쪽이라는 분량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순식간에 다 읽고 난 후 다시 몇 번을 더 읽었습니다. 영업 비밀과 같은 노하우가 챕터 1부터 부록 2까지 어느 곳에서나 ‘출몰’해 있습니다. 앞으로 몇 번이고 <중국어 번역가로 산다는 것>을 집어 들어 또 다시 힘과 용기, 지혜를 구할 지 모르겠습니다. 인터넷에 들어와야만 볼 수 있었던 차라(김소희 작가)님의 작품이 제 책장에 들어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행복입니다.

이번 글을 빌려, 다시 한 번 바쁘신 와중에 이메일 답장을 해주신 김소희 번역가님께 감사드립니다.

2017년 5월 26일
글 :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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