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대한 여정』에 대한 서평 : 우리는 왜 인간이라 불리는가?

서평 대상 : 인간의 위대한 여정, 배철현 지음, 21세기북스, 2017.

ⓒ 배철현, 2017

ⓒ 배철현, 2017

우리는 왜 인간이라 불리는가?
 
인간의 위대함은 타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기적인 전략에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자기 자신과의 대결에서 서서히 만들어진다.’ 인간의 위대한 여정의 저자 배철현 교수가 제목(부제 포함)과 목차 사이에 집어넣은 문구가 바로 위에 있는 문장이다. 저자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언제부터 인간이라 불릴 수 있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답하기 위해 137억 년 전 우주의 탄생부터 11500년 전 농업혁명 전까지의 긴 과거를 독자와 함께 여행한다. 이 기나긴 시간여행, 위대한 여정을 통해 가장 앞서 소개한 문구를 말끔하게 인간에 대한 질문을 대답한다.
 
인간 본성의 핵심은 이타적 유전자. 공감, 배려, 친절, 정의, 희생, 정직 등은 이타심이라는 씨앗에서 피어난 꽃이다. 그 열매가 바로 컴패션compassion’이다. 컴패션은 다른 사람의 고통passion을 자신도 함께com 느껴, 그 고통을 덜어주려고 애쓰는 마음과 행동이다.
 
1장에서는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라는 질문에 앞선 시대에 존재했던 고고학자, 과학자, 철학자, 종교가, 사상가, 시인 등 여러 전문가의 흔적을 하나하나 쫓아가면서 본격적으로 인간을 추적하기 위한 지적知的 발판을 친절하고 꼼꼼하게 마련하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가 그랬던 것처럼 현재의 우리도 끝없는 호기심과 상상력, 그리고 관찰과 몰입이라는 인내를 통해 인류 진화의 비밀을 조금씩 캐낸. 이렇게 우연처럼 보이는 위대한 발견들은 이미 예정된 필연으로서 위대한 여정의 시작을 알린다.
 
전자 현미경을 동원해야만 생명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원자는 별이 폭발할 때 형성됐다. 까마득한 옛날,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후 별들이 폭발하면서 우리 몸을 구성하는 기본 원자들이 만들어졌다. 내 몸이 우주에서 왔다니! 그렇다면 나는 별이다. 나의 왼손과 오른손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어쩌면 각기 다른 행성에서 왔는지도 모른다.
 
2장은 우리는 언제부터 인간이 되었는가?’ 라는 질문에 5가지 키워드가 제시된다. 최초의 예술품이라고 표현한 도구’,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선포라고 표현한 ’, 여타 동물보다 더 특별한 인내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오래달리기’, 지구상 유일한 기술이며 인간을 완성시켜준 요리’,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사랑을 나타내는 배려’, 네안데르탈인과 함께 존재하며 보여준 호모 사피엔스의 공감등이 바로 그것이다. 곳곳에서 보이는 (창조론과 같은) 당시의 시대적 한계 혹은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진리를 담은 메시지가 인간의 위대한 여정을 더 다채롭게 표현해준다.
 
그러나 문화의 표현은 볼 수 있다. (중략) 특히 여가 시간에 하는 행위를 보면 쉽게 판단할 수 있다. TV, 신문 그리고 SNS와 같은 공간에서 난무하는 글이나 말을 보면, 그것을 창출하는 집단이 문명 집단인지 야만 집단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중략) 즉흥적이며 이기적인 입담과 글이 공동체의 미디어를 장악한다면, 그 사람들이 만든 국가는 후진국이 될 뿐이다.
 
3장은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확실한 증거인 유물을 하나하나 함께 살핀다. 인간만이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고인 의례儀禮, 더 확실한 현대적 의미로서의 예술을 보여주는 조각, 알타미라 동굴 벽화와 같은 놀랍도록 완성도가 높은 그림, 여러 형태의 영적 행위와 종교, 야생 늑대를 반려견伴侶犬으로 길들인 교감 등이 현재 인류 직전까지의 과정을 전개해서 보여준다. 현생 인류 직전의 인류가 만들어낸 실제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 책의 종점에 도착한다.
 
인간은 이족 보행을 하면서부터 자신의 생존을 위해 주위를 살펴야 했다. 그리고 효과적인 사냥을 위해 동물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그 동물의 특징을 파악해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이다. 그들은 들소의 움직임과 모양, 크기, 색 등을 깊은 관찰을 통해 모두 기억했다. 관찰한다는 행위는 인내를 가지고 그 대상을 자세히 본다는 의미다. 이렇게 자세히 관찰하고 기억하는 연습은 인류에게 예술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직설한다. “인류의 위대함은 타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기적인 전략에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자기 자신과의 대결에서 비롯한다. 모세, 소크라테스, 붓다, 예수, 단테, 셰익스피어, 아인슈타인은 기존의 책이나 전통에 의지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먼저 집중해서 자신과 소통을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진짜 모습,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보여준 내재되어 있는 위대함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의 선조들이 보여준 위대함을 우리도 보여줄 수 있다.
 
책 전반에 걸쳐 각종 학술 용어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어원을 비롯한 역사적 배경, 실제 유물 등을 활용한 저자의 논리 정연한 설명 덕분에 생소한 전문 용어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인류학자가 된 것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놀라운 흡수력을 가지고 있다.
 
정말 인간 자체를 다루어낸 책을 본 것은 개인적으로 인간의 위대한 여정을 기점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알지 못하며 알려고 노력하는 편은 아니다. 우리는 마땅히 우리가 남겨온 발자취를 보아야 하며 이 책이야말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는 여행으로 이끌어줄 첫 발걸음이 되어줄 것이다.
 
※ 『인간의 위대한 여정도서는 네이버 블로그 <개츠비의 독서일기 2.0>가 시행하는 새로나온 책 2017’ 이벤트를 통해 제공받았으며 서평도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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