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國籍)에 관한 이야기 - 중화민국(中華民國)

대만을 사랑해서 우크라이나 국적을 완전 소거하고 중화민국 국적을 취득한 이루이샤[李瑞莎, Лариса Бакурова]에 대한 썰을 풀어본다.
이루이샤[李瑞莎, Лариса Бакурова], 위키 제공
루이샤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는 다음과 같다.
原為烏克蘭國民,父親為烏克蘭人、母親則為希臘人烏克蘭敖德薩州立經濟大學經濟學碩士。2013年獲得中華民國永久居留證,至2016年中華民國內政部首次受理烏克蘭籍人士歸化申請,2017年確認喪失烏克蘭國籍後,2019年成功歸化中華民國國籍
여성은 정말 사랑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을 만큼 치정(癡情)을 가지고 있다.
루이샤 중화민국 국적 취득, 구글 이미지 제공
루이샤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루이샤는 사랑을 위해 그리고 대만을 사랑해서 결국 2019년 1월 24일 대만인이 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녀는 5년이나 되는 세월을 견뎌내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들리는 바로는 그녀가 중화민국 신분증을 손에 쥐었을 때 화장실로 가서 20분이나 폭풍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아마 그녀가 기뻐한 것이 자기 자신의 사랑만이 아닐 것이다.
그녀와 대만인 남편 사이의 딸에게 자기 가족 모두가 대만인이 되었다는 사실도 강조했기 때문이다.
또한 신분증을 획득한 1월 24일이 자신의 또 다른 생일이라며 행복을 감추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페이스북에 중화민국 첫 여성 대통령인 차이잉원[蔡英文] 중화민국 총통께서도 축하의 답글을 남겼다.
페이스북 제공
페이스북 제공
또한 그녀는 타오위엔[桃園]시 용담 중학교[龍潭國中]와 쌍용 초등학교[雙龍國小] '의무체조(義務體操)' 과목의 교련(教練)을 맡게 되었고 타오위엔시의 시장도 그녀에게 따뜻한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외국인이 중화민국의 국민이 되려면, 일반적으로 3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루이샤는 5년이나 걸렸다.
외국인이 중화민국 국적으로 귀화하려면, 총 3가지 과정이 필요하다.
1. 준귀화(準歸化) 증명 신청한다.
2. 2년 내에 본래의 국적 포기를 신청한다.
3. 귀화 수속을 마친 후 최소 1년 연속 대만에 거주한다. 1년째 되는 날 신분증을 획득할 수 있다.
여기에서 루이샤는 2번 단계에서 큰 어려움에 봉착한다.
본래의 국적인 우크라이나 국민을 포기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우크라이나인으로서는 많이 까다롭다.
(참고로 대만인은 이중국적을 인정하기 때문에 대만인이 우크라이나인이 될 때 대만인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 또한 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중화민국의 국적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만에는 해당 외교 업무를 볼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그녀는 반드시 중국대륙에 있는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가서 국적 포기 수속을 신청을 해야 한다.
허나 당시 그녀는 이미 결혼한 상태에서 임신까지 한 상태였다.
더 큰 문제는 중국대륙의 대사관에만 가야 하는 게 아니었고 일본에 있는 우크라이나 대사관, 러시아에 있는 우크라이나 대사관 등을 다녀와야만 했고 이 과정에서 비행기를 20번이나 타고 내렸다고 한다.
이렇게 그녀는 조국 우크라이나의 국적을 포기하는 수속을 위해서만 힘든 여정을 겪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루이샤는 종종 우크라이나 외교부에 연락을 취해서 수속에 관한 질문을 했는데, 얼마나 전화를 많이 했는지 해당 외교부 직원이 모두 그녀의 전화를 받자마자 루이샤라는 걸 알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외교부 직원 모두 루이샤를 향해 냉담한 어조와 태도를 유지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가 뭐가 안 좋아서 국적을 포기하냐는 식으로 말이다.
심지어 조국 우크라이나를 사랑하지 않느냐는 식의 질문도 있었다고 하는데...
근데 루이샤는 우크라이나가 싫어서 조국의 국적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식으로 결말이 이어지든 어쨌든 우크라이나는 루이샤의 조국인데, 정작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차가운 반응이 루이샤에게는 내심 큰 상처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최종적으로 2017년 7월 14일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 루이샤의 국적 포기 신청안에 서명함으로서 그녀의 우크라이나 국적 포기는 완료가 되지만, 외교 서류를 받게 되는 건 한참 지난 뒤에서야 이루어진다.
그렇게 그녀는 무국적 인사의 신분으로 대만에 입국하게 되는데, 그녀에게는 또 다른 관문이 남아 있었으니 바로 시험이다.
해당 시험의 문제 중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몇 살 부터 애완동물을 기를 수 있나?
2. 소비자 보호 전용 전화번호는?
3. 중화민국 정부가 인정하는 원주민의 총 종족은 몇인가?
대만에서 반 년을 넘기고 있지만, 필자는 이 세 문제 전부 다 못 푼다.
(각각의 해답은 1번은 15살, 2번은 1952번, 3번은 12종족이다.)
루이샤는 경제학 석사를 졸업했고, (참고로 우크라이나는 아주 이른 나이에 학교를 입학하는 의무 교육 체제를 갖춘 나라다. 우한 화중과기대에 있을 때 우크라이나인으로부터 들은 사실이다.) 아버지는 의사에 어머니는 교수였으니 그녀의 집안 환경은 굉장히 풍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녀가 일찍이 체조선수로 활동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풍요로운 유년 생활을 보냈는지도 알 수 있다.
도중 부상을 입고 체조는 그만두었지만 그녀의 활동은 모델로 이어진다.
2009년 처음 대만과 마주하게 되는데, 그녀의 대만에 대한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러던 얼마 전에 거쳐갔던 국립정치대학교에서 러시아인 유학생을 만나게 되고 서로 알게 된 지 1주일도 안 돼서 결혼했다가 3개월 만에 이혼한다.
(물론 2년이나 지나서야 이 혼인으로부터 정말 벗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외국 나와서 천생연분 찾는 거 생각보다 미친 짓인 것 같은데. 꽤나 많은 젊은이들이 이런 놀이 같은 모험에 많이 뛰어드는 것 같다. 당연히 정말 제대로 공부하고 열심히 살려고 외국 나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말이다.)
앞서 대만인 남편이라고만 언급한 그 남자 마이크가 이때 등장한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마이크는 루이샤에게 20번 넘게 프러포즈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이크는 대만 국적과 함께 미국 국적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루이샤를 향한 진심을 위해 대만에서 군 복무도 했다고 한다.
(겨우 1년 복무하는 걸로 생색은... 게다가 개인화기인 소총 한 번 안 잡고 제대하는 대만의 군 복무 시스템...)
2015년 3월 3일 다시 한 번 루이샤를 향해 청혼을 한 마이크는 최종 확답을 받게 된다.


필자가 알기로는 한국도 복수국적이 가능하다.
모르긴 몰라도 한국인 중에서도 외국인과의 사랑을 위해 조국의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세상은 더러운 오물 덩어리로 느껴지다가도,
이런 따뜻한 이야기도 함께 존재한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될 때면,
꼭 이 세상이 그렇게 극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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