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으로 읽는 당대소설(唐代小說) 심아지(沈亞之) <풍연전(馮燕傳)>

원문으로 읽는 당대소설(唐代小說)

심아지(沈亞之) <풍연전(馮燕傳)>

1. 들어가며

 최근 <풍연전(馮燕傳, 이하 '풍연전' 표기로 통일)>에 관한 잘못된 내용을 전하는 블로그의 게시물을 보게 되었고, 이번 글은 이로 인해 작성하게 되었다. 분량이 그렇게 많지도 않은 당나라 소설 중 하나인 <풍연전>을 원문 그대로 소개한다.

네이버 블로그 캡처
2. <풍연전> 원문 및 번역

 먼저 필자가 다룰 <풍연전> 원문은 2003년 난카이 대학교(중국 천진시) 출판사에서 출간한 《沈下賢集校注》 73, 74쪽의 원문을 읽고 직접 한자를 입력한 것이다. 해당 문헌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 국립대만대학교 도서관 내 링크를 첨부한다. 그러나 이 원문 하나만을 전적으로 믿을 수 없으므로 王夢鷗선생의 《唐人小說研究》와 《太平廣記會校》도 함께 참고해서 원문을 입력하였다. 위 도서의 서지 정보는 아래 우리 대학교 중앙도서관 링크로 공유한다.


본문 : 
馮燕者,魏豪人,父祖無聞名。燕少以意氣任,專為擊球鬭雞戲,魏市有爭財鬭者,燕聞之往,搏殺不平,遂沉匿田間。官捕急,遂亡滑,益與滑軍中少年雞球相得。
 풍연(馮燕, 이하 '풍연'으로 표기)은 위(魏, 현재 중국 하북성에 위치한 도시) 지역에 거주하며 성격이 호방한 사람이고, 그의 조상에 대한 이름은 들을 수 없다. 풍연은 어려서부터 감정에 전적으로 임하였으며, 격구(擊毬, 일종의 승마 운동)와 닭싸움 경기를 했다. 위(魏) 도시의 시장에서 재산과 관련한 다툼이 생겼는데, 이 소식을 접한 풍연은 직접 현장으로 가서 격렬한 다툼 끝에 부정을 저지르고[살인], 곧 농촌으로 숨었다. 관청에서는 급하게 붙잡으려고 했고, 풍연은 활(滑) 지역으로 도망쳤고 활(滑) 지역 군대에서 어릴 적 같이 닭싸움 경기도 치르고 격구 운동을 했던 친구와 만나게 된다.
時相國賈公躭在滑,能燕才,留屬中軍。他日,出行里中,見戶傍婦人翳袖而望者,色甚冶。使人熟其意,遂室之。
 마침 상국(相國, 당나라 시기에는 재상을 통합하여 지칭함) 가(賈, 성씨) 공이 활(滑) 지역에 잠시 머무르고 있었는데, 풍연의 재능을 알아보고 종군(中軍, 군대 사령부에 해당함)에 소속시켰다. 얼마 후, 한마을을 행군하는 도중 민가 옆 한 부인이 소매로 자신을 가린 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데, 색기가 굉장히 요염스러웠다. 사람을 보내 그 부인의 의도를 자세히 알아보고는 몸을 섞는다.
其夫,滑將張嬰者也,嬰聞其故,累毆妻。妻黨皆怨望嬰。
 그녀의 남편은 활(滑) 지역의 장군 장영(張嬰, 이하 장영으로 표기)인데, 장영은 이 소식을 접하고는 수없이 부인을 폭행한다. 부인 쪽 친척들은 모두 장영을 원망한다.
會嬰從其類飲,燕伺得間,複偃寢中,拒寢戶。嬰還,妻開戶納嬰,以裾蔽燕,燕卑脊步就蔽,轉匿戶扇後,而巾墮枕下,與佩刀近。嬰醉且暝,燕指巾,令其妻取。妻取刀授燕,燕熟視,斷其妻頸,遂持巾去。
 장영이 여러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지는데, 풍연은 틈을 타서 기회를 얻는다. 다시금 침실에서 섹스를 나누고 침실의 문도 잠근다. 장영이 돌아오고, 그의 부인은 문을 열어 장영을 맞이하는데, 치맛자락으로 풍연을 가린다. 풍연은 몸을 바짝 낮춰 살금살금 걸어가면서 엄폐를 취하고  문짝 뒤로 돌아들어와 몸을 숨긴다. 그런데 두건(머리띠)이 베개 아래에 떨어져 있고, 이는 패검(허리춤 등에 찰 수 있는 칼)과 가까웠다. 장영은 술에 취해 잠들었고 풍연은 두건을 가리키며 장영의 부인으로 하여금 갖고 오도록 명령한다. 장영의 부인은 패검을 가지고 와서는 풍연에게 건넨다. 풍연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장연의 부인의 목을 절단시키고, 얼른 두건을 챙겨 빠져나간다.
明旦,嬰起,見妻毀死,愕然,欲出自白。嬰鄰以為真嬰殺,留縛之,趣告妻黨。皆來,曰: 「常嫉毆吾女,乃誣以過失。今複賊殺之矣。安得他殺事?即其他殺,而安得獨存耶!」共持嬰,且百餘笞,遂不能言。官家收繫殺人罪,莫有辨者,強伏其辜。司法官小吏持樸者數十人,將嬰就市,看者圍面千餘人。
 다음날 아침, 장영은 깨어나고 부인이 훼손된 상태로 죽어있는 걸 발견하고 놀라지만 자신의 짓이 아님을 표현하고자 한다. 장영의 이웃들은 정말 장영이 죽인 것이라고 여기는데, 장영을 못 도망가게끔 속박시키고 당장 장영의 부인 쪽 친척에게 알린다. 모두 와서, 말하기를 "자주 지독하게도 우리 여자(당시 여성은 이름을 가질 수 없었으므로 이렇게 표기하지만 장영의 부인을 가리킴)를 폭행하더니, 잘못을 저질렀다며 폭언을 일삼고. 오늘은 다시 죽여버리기까지 하다니. 어찌 다른 사람이 죽인 일이 되는 것이냐? 설령 다른 사람이 죽였다고 해도, 넌 어찌 홀로 살아있을 수 있느냔 말이다!" 장영을 손으로 붙잡은 채 백여 대나 패대기쳤지만, 장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관청 사람이 살인죄 혐의로 장영을 구속하고 따로 변론을 하는 자는 없었고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도록 강요했다. 사법관과 몽둥이를 들고 있는 십수 명의 하급 관리와 함께 장영을 데리고 저잣거리에 도착했는데, 둘러싸서 구경하는 자가 천여 명이나 되었다.
有一人排看者來呼曰:「且無令不辜者死,吾竊其妻而又殺之,當繫我。」吏執自言人,乃燕也。司法官與俱見賈公,盡以狀對。賈公以狀聞,請歸其印以贖燕死。上誼之,下詔凡滑城死罪皆免。
한 남자가 둘러싸여 있는 사람들 쪽에서 오더니 이렇게 외친다. "어찌 무고한 자를 죽게 할 수 있겠소. 내가 그 사람의 부인을 따먹고 또한 그녀를 죽였으니 응당 나를 붙잡아야 하오." 하급 관리가 자백한 그 사람을 데리고 오더니, 풍연이었다. 사법관은 풍연과 함께 가(賈, 성씨) 공을 찾아 봬서 정황을 모조리 맞는지 대조한다. 가(賈, 성씨) 공은 정황을 듣고 관인(가 씨 성을 가진 공은 재상이므로 여기서 관인은 엄청난 상징물임)을 반납하며 풍연의 죽음을 속전을 낼 수 있기를 청원한다. 황상(황제)은 이를 옳다고 여겨, 활(滑) 지역의 사형집행범을 모두 면죄시키도록 하달한다.
亞之曰:予尚太史言,而又好敘誼事。其賓黨耳目之所聞見,而為予道。元和中,外郎劉元鼎語予,貞元中有馮燕事,得傳焉。嗚呼!淫惑之心,有甚水火,可不畏哉!然而燕殺不誼,白不辜,真古豪矣。
심아지(沈亞之)는 말한다. "나는 태사(太史, <풍연전>은 당나라 배경이므로 여기서는 역법만을 관장하는 관직명)의 말을 숭상하며, 또한 옳은 일을 서술하기를 즐긴다. 그의 문객 혹은 친구들이 귀로 눈으로 듣고 본 것을 내가 적은 것뿐이다. 원화(元和, 당 헌종의 연호 : 서기 806~820년을 가라킴)연간 중 외랑(外郎, 관직명) 유원정(劉元鼎)이 내게 얘기해주었고, 정원(貞元, 당 헌종 연호 : 서기 785~805년)연간 중 풍연에 관한 사건이 있었으며, 이로부터 전해진 것이다. 하~ 음탕하면서도 유혹하는 마음은 물과 불보다도 더 진한데, 어찌 아니 두려워할 수 있을 것인가! 허나 풍연의 살인은 옳지 못한 것이고, 무고함을 씻겨준 것은 진실로 옛 호걸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3. 사실 정정

이미 앞서 번역한 원문의 내용을 참고하면 캡처한 모 블로그의 게시물 내용이 소설과 불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풍연전>은 심아지(沈亞之, 이하 심아지로 표기) 작가가 썼다는 게 아니라 실제로 심아지가 쓴 것이다.

둘째, 이야기의 시작은 풍연(馮燕)이 남의 부인을 사랑하는 데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풍연이 재산 다툼 사건에 직접 뛰어들어 살인을 저질러 타 지역으로 가면서부터 시작된다.

셋째, 원문을 우리는 함께 봤기에 풍연이 남의 부인을 사랑한 게 아니라 단지 몸을 섞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넷째, 불륜을 저지르는 부인의 남편은 먼 곳으로 가지 않았고 단지 술자리에 참가했던 것뿐이다.

다섯째, 허리띠가 아니라 두건이다. 원문 속 수건은 머리에 두르거나 목에 두르는 것이므로 허리띠라고는 할 수 없다.

여섯째, '이는 남편을 죽이라는 여인의 암시였다'라는 것은 자의적 해석에 불과하다. 원문에는 이러한 해석을 내놓지 않았다. 그리고 원문 속 내용을 보면 두건이 패검과 가까웠기 때문에 장영의 부인이 패검을 가져오라고 오해했을 여지도 충분하다. 그리고 남편을 죽이라는 메시지보다는 당시 사회 분위기와 장영이 수없이 자신을 폭행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풍연 네가 스스로 자결하거나 아니면 나와 장영 모두를 죽이라는 암시였다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자의적 해석을 원문 속 내용인 양 적어놓는 것은 큰 잘못이다.

4. <풍연전>에 대한 감상

세상에 쓰레기는 참 많은데, <풍연전>의 주인공 풍연도 이런 쓰레기 중 하나이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여성을 농락하는 이런 쓰레기를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딴 쓰레기를 감싸는 심아지가 역겹다. 심아지는 이런 소설 말고도 시작품도 많고 여타 실용문도 많이 남겼는데, 필자는 이런 심아지의 인격이 의심돼서 심아지의 문장은 딱히 쳐다보지 않는다. 그리고 당나라 때는 한유와 유종원이라는 두 걸출한 고문을 수없이 남긴 문장가가 있으니 이 둘의 문장을 읽는 게 오히려 한국의 고문과 중국의 문장을 읽는 데 더 도움이 된다.

그리고 <풍연전> 속 풍연은 비단 여성을 농락한 쓰레기일 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살인을 저지르고 군대에서 몸을 담갔던 인간이다. 애초에 싹이 걸러먹었는데, 이런 인간은 호방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묘사하는 심아지를 필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필자 사진

5. 마무리

사실 <풍연전>의 원문을 번역하며 중간중간에 여러 가지 하고픈 말이 참 많았다. 특히 풀이해야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향후 이번 원문과 번역문 작성을 인용해서 따로 언급하거나 독자에게 맡기고 싶다. 번역은 초월 번역이나 의역 같은 것은 최대한 자제하였으니, 직접 풀이하고 혹은 <풍연전>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 어느 정도 충분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으로 기대한다.

네이버 블로그 : https://blog.naver.com/eccet/221545904653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포권례’와 ‘공수례’의 구별

[공유] 남자 헤어스타일 총정리, 남자들의 컷과 펌 종류의 모든 것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